[중앙 칼럼] 재외선거는 신뢰 재건의 시작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했다. 이로써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 사회의 충격과 균열은 일단 진정됐다. 제도적 안정도 찾아가고 있다. 헌법의 힘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미국에 사는 한인도 어안이 벙벙했다. 대부분 ‘리얼리?’라는 반응부터 나왔다. BBC가 지적했듯 계엄선포는 ‘한국인의 아주 깊은 트라우마’도 건드렸다. LA거주 한 한인은 “한국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친구가 사람들을 억압하게 되는 건지, 가족에게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오라고 해야 하는 건지 겁부터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계엄선포 목적을 궁금해 한다.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계엄선포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언어와 표현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 공감을 얻어야 한다. 5000만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면 ‘령(令)’도 서야 했다. 하지만 그의 담화문은 공명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그는 “저는 계엄을 선포하긴 했지만, 헌법적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선포권 남용과 부수한 행위들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현대사회 국가는 사람들의 정치적 공동체다. 공동체 사회의 신뢰와 공권력은 헌법에 기초한다. 대통령이라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받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차장은 그런 명령이 통하는 국가는 ‘북한’이라고 단언했다. 대한민국은 왕정도 독재 국가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막으려 국회에 군대를 투입했다. 헌법재판소는 “국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원하였는바, 국민의 신임에 대한 배반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꾸짖었다. 윤 전 대통령은 투표라는 국민의 동의에 의해 설립된 정부 대표였다. 그럼에도 그는 공동체 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저질렀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여,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며 대통령을 파면했다. 공동체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헌법수호를 핵심으로 꼽는다. 공동체 사회 구성원들이 헌법에 기초해 권력을 위임하고 법을 지키는 이유도 삶의 공간,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파면은 한국 국민에게 진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공동체 사회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라는 숙제도 줬다. 그 첫 번째 시험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다. 재외선거는 5월 20~25일 치러진다. 계엄 사태부터 대통령 파면까지 미국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은 마음을 졸였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공동체 사회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제 재외선거 참여로 목소리를 굳건히 낼 수 있다. 4월 24일까지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중요하다. 소중한 한 표로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재외선거 신뢰 비상계엄 선포권 계엄선포 대국민 한국 헌법재판소